발전 5사 가운데 4곳이 상반기 손실 기록…동서발전만 흑자
봄철 석탄·LNG 발전 가동률 하락이 손실 주요인으로 지목돼
본사 어려울 때 버팀목 돼 준 자회사 눈길…형보다 나은 아우
발전소 적자에 에너지전환 신규 투자 되나…업계 우려 목소리

전력계통 여건 악화로 석탄 및 LNG 발전소 가동률이 줄어들면서 발전 5사의 경영환경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발전 5사 가운데 동서발전을 제외한 4개 회사가 상반기 적자를 기록했다. (사진제공=연합뉴스)
전력계통 여건 악화로 석탄 및 LNG 발전소 가동률이 줄어들면서 발전 5사의 경영환경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발전 5사 가운데 동서발전을 제외한 4개 회사가 상반기 적자를 기록했다. (사진제공=연합뉴스)

발전 5사가 올해 상반기 좋지 않은 실적을 올렸다. 봄철 계통 문제로 인해 저조했던 화력발전기의 가동 실적 등으로 인해 한국동서발전을 제외한 나머지 4사가 별도재무제표 기준 모두 반기순손실을 기록했다.

본지 취재 결과 전력시장의 고질적 문제인 계통 문제가 발전 5사의 발목을 잡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발전 5사가 운영 중인 자회사들이 좋은 실적을 보이는 모양새다. 자회사 등을 포함한 연결재무제표에서는 하나같이 반기순손실 규모가 완화되는 한편 적자 기업이 흑자로 돌아서는 곳도 있었다.

◆전력산업 고질병 계통 이슈…발전 5사 적자 요인=최근 발전 5사가 공시한 실적보고서에 따르면 한국남동발전은 올해 상반기 4조611억원 수준의 매출을 낸 반면 414억원 규모의 반기순손실을 기록했다. 한국중부발전의 상반기 매출액은 3조8819억원으로 1347억원 정도의 손실을 봤다.

한국서부발전(매출액 3조4641억원)은 320억원, 한국남부발전(매출액 3조920억원)은 989억원의 반기순손실이 발생했고, 동서발전(매출액 3조936억원)만 988억원 반기순이익을 보이며 좋은 실적을 거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2분기에 기록한 적자가 컸다.

지난 4~6월 발생한 순손실 규모를 따졌을 때 남동발전이 3개월간 기록한 적자는 915억원에 달했다. 중부발전이 1053억원, 서부발전이 1234억원 정도다. 1분기에 흑자를 기록했던 남동발전과 서부발전은 2분기 대규모 적자로 인해 상반기 손실을 기록했다.

1000억원 가까운 흑자를 낸 동서발전도 2분기 실적만 보면 오히려 44억원 가까운 적자를 본 것으로 나타났다.

발전 5사 모두 적자의 주요인으로 전력판매량 감소를 꼽았다.

실제로 남동발전이 상반기 판매한 전력량은 1만9079GWh(2조9780억원)였다. 지난해 같은 기간 판매한 2만621GWh(3조2498억원)에 비해 3000억원 가까이 줄어든 수치다.

지난해 2만1645GWh를 판매했던 중부발전의 올해 상반기 판매량은 2만773GWh다. 서부발전도 1만8098GWh로 전년 동기(1만9741GWh)에 비해 1650GWh가량 줄어든 모습을 보였다.

지난해 2만3814GWh(4조603억원)를 판매한 남부발전의 올해 판매량은 1만9944GWh(3조9387억원)로 4000GWh 가깝게 하락했다.

동서발전은 올해 2분기 1만7592GWh를 거래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판매량은 1만8596GWh였다.

이처럼 판매량이 줄어든 배경에는 최근 전력산업의 고질병인 계통 이슈가 자리하고 있다.

태양광 발전설비가 영·호남 지역을 중심으로 대량 공급되면서 전력수요가 낮은 봄철에는 재생에너지만 수용하기에도 계통 운영이 벅찬 상황이 됐다. 그렇다보니 석탄·LNG 발전소의 가동이 큰 폭으로 줄었다는 게 발전업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충청 지역 화력발전소는 4주 가까이 가동을 중단한 사례도 있었다.

◆형(본사)보다 나은 아우(자회사)…발전 5사 적자 규모 대폭 줄여=이처럼 발전 5사가 부진한 경영실적을 보인 가운데 회사별 외부사업들이 대부분 좋은 실적을 보이고 있다. 발전 5사 본사의 경영실적만을 평가한 별도재무제표와 달리 자회사의 실적을 포함해 평가한 연결재무제표에서는 보다 나은 성적이 눈에 들어온다는 것.

남동발전은 연결재무제표 기준 올해 상반기 223억원가량의 흑자를 기록했다. 남동발전 본사가 기록한 414억원의 적자를 상쇄하고도 223억원이 남은 셈이다.

남동발전이 투자한 민간발전회사인 고성그린파워는 올해 상반기 723억원, 강릉에코파워는 746억원의 반기순이익을 각각 기록했다. 올해 부진한 성적을 보인 큰 형을 보좌하는 든든한 두 동생의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상반기 1347억원 수준이었던 중부발전의 적자도 자회사 등을 포함하면 946억원 수준으로 크게 떨어진다.

중부발전은 그동안 추진해 온 해외사업 성과가 본사의 적자를 일부 커버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중부발전의 미국 사업을 담당하는 법인인 KOMIPO America는 올해 상반기 133억원의 수익을 거뒀다. 인도네시아 찌레본 발전소 운영과 땅가무스 수력발전 사업 등을 수행하고 있는 KOMIPO Global은 상반기 89억원의 수익을 가져다 준 것으로 나타났다.

중부발전 관계자에 따르면 지난 한 해 중부발전은 해외사업으로만 1000억원의 수익을 거뒀다. 올해도 500억원 이상의 성과를 기대하고 있다.

서부발전은 자회사인 신평택발전이 효자노릇을 톡톡히 했다. 올해 상반기 1570억원의 흑자를 낸 신평택발전에 힘입어 연결재무제표 기준 80억원의 반기순이익이 발생했다.

신평택발전은 LNG 직도입을 통해 연료비를 크게 낮춰 대규모 수익을 낼 수 있었다는 게 서부발전 한 관계자의 설명이다.

남부발전은 자회사들이 대규모 흑자를 내진 못했지만 소소한 금액이 쌓여 본사의 적자를 일부 보전할 수 있었다. 대표적으로 KOSPO Australia가 48억원, KOSPO JORDAN이 38억원의 흑자를 냈다. 그 결과 적자 규모도 연결기준 662억원까지 줄었다.

동서발전은 자메이카 전력사업을 위해 설립한 바베이도스 해외법인이 상반기 128억원의 흑자를 보였다. 국내에서도 경주풍력발전이 51억원여 반기순이익을 기록해 올해 흑자 규모를 키우는 데 일조했다. 그 결과 자회사를 포함한 동서발전의 반기순이익은 1235억원까지 뛰어올랐다.

◆대규모 적자에 신규 투자 가능한가…탄소중립 여정에도 악영향=발전 5사의 실적이 악화되는 가운데 업계 일각에서는 앞으로 진행될 탄소중립 여정도 순탄치 못할 수 있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정부의 탄소중립 시나리오 가운데 가장 핵심이 되는 것이 전환 부문이다. 즉 화석연료 위주였던 발전소들을 어떻게 청정전원으로 전환하느냐가 탄소중립 달성의 ‘키’로 작용하고 있다는 얘기다.

이 가운데 산업부의 제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는 오는 2036년까지 총 28기의 석탄화력을 폐지한다는 방침이다. 다만 안정적인 전력수급을 위해 폐지된 석탄화력을 대신해 발전 5사는 LNG 복합화력을 신규 건설토록 한다는 방침이다.

문제는 갈수록 실적이 악화되는 현재 발전 5사 상황 아래 제대로 된 신규 설비 투자가 가능하겠냐는 의문이 나오고 있다는 점이다. LNG 복합화력발전소를 짓는 데 조 단위의 예산이 투입돼야 하는데 발전 5사가 대규모 적자를 내는 현 상황에서 대규모 투자가 가능하겠냐는 것.

이번 발전 5사의 대규모 적자는 지난 정부가 무리하게 추진한 태양광 발전설비 확대가 일부 배경이 됐다.

계통 여건에 관계없이 무분별하게 태양광 발전설비의 허가를 내주면서 올해 초 기준 국내에 설치된 20.3GW에 달하는 태양광 설비 중 호남권에 8.8GW(43.36%), 영남권에 4.7GW(23.23%)가 몰려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설비의 66.5%가 이 지역에 집중돼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해당 지역을 중심으로 계통이 포화되기 시작했다. 올해 봄철 예상 수요 40GW 가운데 절반을 재생에너지가 채우면서 석탄·LNG 화력발전소의 가동률이 큰 폭으로 하락하는 배경이 됐다.

발전업계 한 관계자는 “앞으로 이런 현상은 점점 심해질 것”이라며 “균형을 생각하지 않은 에너지정책으로 인해 전력시장의 한 축이 무너진다면, 전체 시장이 망가질 가능성도 크지 않겠나”라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