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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기요금 폭탄 피해 간 이 아파트... 비결은 ‘옥상’에 있다
    • 작성자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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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회 466
    • 작성일 2023-11-21

    <서울 도심 옥상 태양광 발전소 가봤더니>
    전력 생산량이 사용량보다 많아 '마이너스 요금'
    설비 구매 대신 대여 선택, 주민 비용 부담 낮춰
    태양광 잠재력, 2030년 총발전량 8% 감당 가능

    지난달 22일 서울 동대문구의 휘경브라운스톤 아파트 위에 태양광 발전소가 설치돼 있다. 안재용PD


    지난 7월, 서울 동대문구의 휘경브라운스톤 아파트에 사는 심재철(53)씨의 관리비 고지서에 적힌 공동전기료는 마이너스(-) 1,450원이었다. 전기를 썼는데 오히려 관리비를 할인받은 것이다. 1년 전인 지난해 7월 고지서에는 공동전기료가 -4,910원이었다. 2020년까지만 해도 공동전기료로 매달 5,000~6,500원을 냈던 걸 생각하면 1만 원가량을 절약한 셈이다. 물론 심씨뿐 아니라 입주민 모두가 같은 혜택을 받는다.

    거듭되는 전기료 인상에도 ‘마이너스’ 고지서를 받을 수 있는 비결은 옥상에 있다. 2020년 11월, 아파트 주민들은 단지 내 8개 동 중 7개 동 옥상에 총 전력 122kW의 태양광 모듈을 설치했다. 북향이라 발전효율이 낮은 1개 동을 뺀 모든 동에 자체 발전소를 세운 것이다.

    기자가 찾아간 지난달 22일에도 건물 옥상에서 태양광 모듈이 가을 햇볕을 받으며 전기를 생산하고 있었다. 이렇게 만든 전기는 곧바로 아파트 공용부로 전송된다. 공동현관 자동문과 엘리베이터를 움직이는 것은 물론, 지하주차장 등 공용공간에 쓰이는 모든 전등에 이 전기를 쓴다.

    전력 사용량보다 생산량이 많아 매월 요금 할인을 받는 데다, ‘산지직송’ 전기라 먼 곳에서 송전을 받는 것보다 손실이 적다. 지난해 3분기부터 올해 2분기까지 국내 전기요금은 킬로와트시(kWh)당 33.5원이 올랐지만, 아파트 공동전기료의 마이너스 행진은 계속되고 있다. 발전소를 설치한 뒤 이날까지 아파트 전체 총 누적발전량은 46만5,689kWh에 달한다.

    이 아파트의 실험은 동대표였던 심씨의 제안으로 시작됐다. 심씨는 이전에 살았던 아파트에서 주민들이 베란다에 미니태양광을 설치해 전기요금을 절감하는 것을 봤다. 지금의 아파트로 이사한 뒤 넓은 옥상이 비어있는 것을 보고 이웃들을 설득하기 시작했다. “미니태양광은 벽면에 설치해 발전효율이 낮은 반면, 하늘에서 바로 햇볕을 받는 옥상 태양광은 효율이 높아 공용전기료를 크게 아낄 수 있을 것”이라는 계산이었다.

    심씨가 살고 있는 집의 전기료 고지서. 2018년 7월 4,950원이었던 공동전기료는 태양광 발전소를 설치한 다음 해인 2022년 7월 -4,910원이 됐다. 심재철씨 제공


    이웃들은 처음엔 반신반의했다. 특히 옥상 세대 거주자들은 반대가 심했다. 옥상 시공으로 인한 누수를 우려했기 때문이다. 태양광 모듈에서 강한 전자파가 나온다는 오해도 있었다. 심씨는 과학적 데이터를 들어 태양광 모듈 전자파는 매우 미미한 수준이라고 설명했고, 누수 피해가 있더라도 태양광 보험을 통해 처리할 수 있다고 알렸다. 많은 가구가 찬성으로 마음을 바꿨고 결국 사업 추진에 필요한 주민 70% 이상의 동의를 얻게 됐다.

    비용이 많이 든다면 발전소 설치는 엄두를 내지 못했을 것이다. 그러나 태양광 모듈을 직접 설치하는 대신 대여하는 방식을 선택했기 때문에 부담은 크지 않았다. 대여 기간 7년 동안 시공사에 월 58만4,000원을 내는 구조인데 아파트 451가구가 약 1,300원씩 분담했다. 대여가 끝나면 모듈 수명인 20년까지 발전소를 무료로 쓸 수 있어 전기료 절감 효과는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주민들이 저절로 기후위기 대응에 동참하게 됐다는 점도 중요하다. 이 아파트의 태양광 누적발전량만큼의 전기를 화력발전소를 통해 생산하려면 약 22만2,645㎏의 온실가스를 배출해야 한다. 가구마다 의도는 달랐을지 몰라도 태양광 발전에 합심한 덕에 소나무 5만3,909그루를 심어야 흡수할 수 있는 수준의 온실가스 배출을 줄인 셈이다.

    지난달 22일 서울 동대문구 휘경브라운스톤 아파트 옥상에서 주민 심재철씨가 태양광 발전소의 계량기를 보며 설명하고 있다. 안재용 PD


    아파트 옥상에 자리 잡은 도심 속 태양광 발전소는 드물지만 곳곳에 있다. 경기 남양주시 민간임대주택인 위스테이별내 아파트는 2021년 말 7개 동에 210kW의 태양광 발전소를 설치해 주민들의 전기료 부담을 덜고 있다. 설치 비용은 한국에너지공단의 ‘신재생에너지 주택지원사업’을 통해 70%를 지원받았고, 나머지는 시공을 맡은 안산시민햇빛발전협동조합이 선납한 뒤 주민들이 5년여간 분납하고 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지난해 임대주택 단지에 태양광 등 친환경 에너지설비를 적용해 가구당 9만5,000원 수준의 전기료를 절감했다고 한다.

    기후에너지 싱크탱크인 넥스트의 분석에 따르면 아파트, 건물, 공장 등을 포함한 국내 지붕 태양광의 발전 잠재량은 42.2GW로 2030년 국내 발전량의 약 8%에 달한다. 이는 옥상 면적이 200㎡(60.5평) 이상인 건물에 한해 옥상 가용 면적의 25%만 태양광 발전소로 활용한다는 보수적 가정 아래 계산한 결과다. 김승완 넥스트 대표(충남대 전기공학과 교수)는 “가용 면적을 더 넓게 잡는다면 지붕 태양광 발전의 잠재량은 더욱 클 것"이라며 "최근 전기요금 인상으로 지붕 태양광이 효과적인 물가방어 수단이 된 만큼 정부도 이를 활용한 에너지 지원책 도입을 고려해 볼 만하다"고 말했다.

    한국일보 신혜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