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농업과 에너지 산업의 상생을 통한 농촌 재생의 해법이 제시됐다. 농지 위에서 작물 재배와 전력 생산을 병행하는 ‘영농형 태양광’을 통해 토지 활용 효율성을 높이고 농가 수익 다각화와 지역 경제 활성화를 동시에 실현할 수 있다는 제언이다.
에너지와공간(대표 김윤성)은 15일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연구보고서 ‘농촌 에너지 전환을 위한 영농형 태양광 비즈니스 모델’을 발간했다. 농촌이 직면한 고령화, 인구 소멸, 농가소득 정체, 에너지 비용 급증 등 복합 위기 상황에서 영농형 태양광이 실질적 대안이 될 수 있음을 제시한 것이 특징이다.
보고서는 기존 태양광 사업이 농지 전용을 통한 대규모 개발 위주로 추진되며 농민과 지역 사회의 반발을 초래한 데 반해, 영농형 태양광은 농업 생산과 전력 생산의 협력적 공존을 통해 주민 수용성과 지속 가능성을 모두 확보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일부 작물은 태양광 모듈이 만들어내는 차광 조건에서 수확량이 오히려 증가할 수 있다는 실증 사례도 소개됐다.
이번 연구는 경기 연천군, 경북 의성군, 전남 영광군을 대상으로 주택용·농사용 전력을 영농형 태양광으로 자가소비하는 시나리오를 설계했다. 분석 결과 전체 전력 사용량의 50%를 태양광으로 대체할 경우 전기요금의 38.7%까지 절감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온실가스 감축 효과도 분명했다. 자급률 100% 기준으로 연간 감축량은 연천군 8만t, 의성군 12만t, 영광군 12만3000t 수준으로 분석됐다.
연구진은 “에너지 자립을 위해선 농사용 전력 중심의 대체가, 요금 절감을 위해선 주택용 위주의 대체가 더 효과적”이라고 밝혔다.
해외 주요국 사례도 함께 소개됐다. 일본은 민간 사업자 ‘Farmdo’가 반투명 태양광 패널 하부에 상추, 토마토, 딸기 등을 수경재배하고, AI 관개·드론·직판장까지 결합한 스마트농업 기반 모델을 운영하고 있다. 농가의 전력 판매와 농산물 소득을 동시에 확보하는 구조로, 지역 내 자본 순환과 고령 농가의 소득 보전에 기여하고 있다는 평가다.
독일은 2023년 재생에너지법 개정을 통해 영농형 태양광을 ‘특별 설비’로 지정하고, 올해는 연간 800MW 규모의 별도 입찰을 운영하고 있다. 영농 생산성과 생태환경 유지 기준을 동시에 만족해야 참여 가능하며, 자가소비와 계통연계 모두 허용하는 유연한 구조를 도입했다. 재생에너지 전문 연구소인 프라운호퍼 ISE는 토지 소유자, 농업 운영자, 투자자, 전력사업자의 역할을 구분한 다섯 가지 유형의 참여 모델을 제시하고 있고, 시민 에너지협동조합이 참여하는 모델도 확산되고 있다.
보고서는 이를 토대로 농가가 중심이 된 주민·마을참여형 구조를 국내 사업에 적합한 비즈니스모델로 제시했다. 단순 임대 방식이 아닌 협동조합, 마을기업, 농업법인 등이 직접 사업 주체가 돼 수익을 나누는 구조가 핵심이다. 스마트팜과 연계한 농업데이터 기반 경영, 식품기업과의 계약재배형 모델도 함께 제안됐다. 기술 집약적 특성을 통해 청년 농업인 유입과 신규 일자리 창출도 유도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연구진은 “영농형 태양광은 기존 태양광 사업의 한계를 극복하면서 농업과 에너지 산업의 동반 성장 모델을 구현할 수 있다”며 “이를 위해선 농지법상 일시사용허가 기간의 연장, 인허가 절차 간소화, 농가 중심 수익배분 구조 확립, 지역 맞춤형 지원 정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밝혔다.
또한 보고서는 저탄소 농산물 인증제와 연계한 프리미엄 시장 진출, 이상기후 대응형 작물 생산 시스템 구축 등 농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융합 전략도 함께 제시했다. 연구진은 “영농형 태양광은 농촌의 지속가능한 발전과 에너지 전환, 지역 경제 활성화를 통합적으로 달성할 수 있는 현실적 해법”이라고 강조했다.
해당 보고서 전문은 에너지와공간 웹사이트에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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